그림 1. 한국의 첫 달 궤도선 ‘다누리’의 상상도. (출처: 한국항공우주연구원)
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(이하 항우연) 원장은 지난 6월 다누리 발사 준비 현장 설명회에서 “우주 탐사를 위한 첫걸음이자 머나먼 심우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”이라며 다누리 발사의 의의를 설명했다.
계획대로라면 다누리는 130여 일 후인 12월 16일 달 궤도에 도착해 같은 달 31일 달 상공 100km에 있는 임무 궤도에 진입한다. 이후 1년 동안 하루 12차례 궤도를 돌며 달 착륙 후보지 탐색, 달 표면 관측, 달 자원 조사, 자기장 측정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.
어깨 무거운 다누리… ‘세계 최초 임무’ 수행, ‘한-미간 우주 협력’ 강화
다누리는 가로·세로·높이가 각각 1.82m, 2.14m, 2.19m로 소형차보다 크기가 작지만 무게는 678kg로 가볍지 않다. 본체에 감마선 분광기·우주 인터넷 탑재체·자기장 측정기·광시야 편광카메라·고해상도카메라·영구음역지역 카메라(섀도우캠) 등 임무 수행에 필요한 6개의 탑재체가 실려있기 때문이다.
그림 2. 다누리에는 총 6개의 탑재체가 실려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. (출처: 한국항공우주연구원)
그렇다면 6개의 탑재체는 각각 어떤 임무를 수행할까. 우선 고해상도 카메라로 2030년대 초 발사할 계획인 한국형 달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한다. 자기장 측정기로는 달의 자기장을 분석하고 자기장 이상 지역을 파악해 달의 진화와 기원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. 감마선 분광기로는 물, 산소, 헬륨-3, 티타늄 등 다양한 원소에 대한 지도를 만든다.
무엇보다 다누리는 광시야 편광카메라, 우주 인터넷 탑재체로 다른 달 궤도선이 하지 못했던 최초의 임무를 수행한다. 바로 광시야 편광카메라로 달 표면 전체의 편광지도를 제작하고, 우주 인터넷 탑재체로 달과 지구 간 우주 인터넷 통신 기술을 검증하는 것이다.
편광지도는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편광을 이용해 만든 달 표면의 편광 영상으로, 미소 운석의 충돌, 태양풍, 고에너지 우주선 등에 의한 우주 풍화 연구에 활용된다. 현재 달 표면 전체의 편광지도가 없기 때문에 다누리가 이 임무에 성공하면 ‘최초 제작’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.
우주 인터넷 탑재체는 우주에서 메시지와 파일,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전송하도록 설계됐다. 이 장비로 심우주탐사용우주인터넷(DTN)를 시험한다. DTN은 네트워크가 끊겼을 때 데이터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중간(노드)에서 데이터를 저장했다가 다시 전달하는 기술로, 통신 환경이 열악한 우주에서 특히 필요하다. 다누리는 지구에 설치된 노드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우주용 DTN을 최초 검증할 예정이다.
또 다누리에 실린 6개의 탑재체 중 유일하게 국내 기업이 아닌 미국항공우주국(NASA)의 장비가 있는데, 바로 ‘섀도우캠’이다. 섀도우캠은 달 극지역의 충돌구 등 1년 내내 빛이 비치지 않는 ‘영구음영지역’을 촬영한다. 향후 NASA가 달 극지방 착륙 후보지를 선정할 때 기초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. 섀도캠은 한국과 미국의 우주 협력 강화를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. 현재 NASA가 추진 중인 ‘아르테미스 계획’에 한국을 포함해 10여 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데, 다누리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.
첫 계획 후 발사까지 15년, 올해 말 임무 궤도 진입 예정
달까지 직접 쏘면 3~4일 내로 도착할 수 있지만, 다누리는 지구에서 약 156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(L1)을 들렀다 달로 향하는 경로를 택했다. ‘탄도형 달 전이 방식’을 이용하기 때문이다. 지구나 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적은 에너지로 달까지 비행하는 것이다. 비행시간이 약 4.5개월로 훨씬 길어지지만, 연료 소모량을 약 25%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. 또 심우주 항해항법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어 훗날 먼 우주를 탐사하는 데에도 귀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. 비행 중 금성, 목성 등의 천체를 촬영할 수도 있다.
그림 3.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 방식을 따라 달까지 도달할 예정이다. (출처: 한국항공우주연구원)
지난 2007년 한국이 처음 달 탐사를 계획한 이후, 다누리를 발사할 때까지 총 15년이 걸렸다. 이 기간에 실현 가능성과 비용 등의 문제가 제기되는 한편 계획 자체가 무효가 될뻔한 적도 있었지만, 과학계의 끊임없는 설득 끝에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.
다누리는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달 궤도선이라는 점 외에도 한국의 산업체·학계·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. 개발을 주도한 항우연을 비롯해 본체·탑재체·심우주지상시스템 개발과 선행 연구에 대학교 13곳, 정부출연연구기관 6곳, 기업 40곳 등이 참여했다. 더불어 오는 2030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달착륙선의 착륙 후보지 탐색도 다누리의 임무 중 하나인 만큼 한국 달 탐사 계획의 시작과 끝을 잇는 ‘가교’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도 뜻깊다.
지금까지 달에 착륙하거나 궤도선 탐사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, 러시아, 중국, 일본, 유럽연합(EU), 인도뿐이다. 다누리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면 한국은 달 탐사에 성공한 7번째 국가가 된다. 올해 마지막 날 임무를 시작할 다누리가 1년간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기를 기원해 보자.
글: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/ 일러스트: 이명헌 작가
출처: 과학의 향기